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채권이 압류된 뒤 계약을 합의해제하면 압류는 소용없나요? 202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정리
핵심 요약
- 채권이 압류 또는 가압류된 뒤에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그 채권이 생긴 계약을 합의해제해도, 원칙적으로 압류채권자에게 "채권이 없어졌다"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.
- 대법원은 2026년 9월 29일 전원합의체 판결(2023다275578)로, 합의해제로 대항할 수 있다고 본 종전 판례(대법원 2001. 6. 1. 선고 98다17930 판결 등)를 변경했습니다.
- 다만 ① 원래 해제할 사유가 있었는데 형식만 합의해제인 경우, ② 월급·차임처럼 계속적 계약에서 장래에 생길 채권인 경우, ③ 현저히 부당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됩니다.
어떤 상황에 관한 판결인가
용어부터 정리하겠습니다.
- 채무자: 돈을 갚아야 할 사람(내가 돈을 받을 상대방)
- 제3채무자: 채무자에게 돈을 줘야 할 사람(채무자의 거래처, 매수인 등)
- 채권압류·가압류: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게서 받을 돈을 법원 명령으로 묶어 두는 절차
- 합의해제: 계약 당사자가 서로 합의해서 계약을 처음부터 없던 것으로 돌리는 것
사안은 이렇습니다. A회사가 사업을 8억 5,000만 원에 넘기기로 하고, 그 양도대금 채권 중 3억 5,000만 원을 A회사의 채권자가 가압류했습니다. 채권자는 이후 판결 등을 받아 본압류로 이전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고 추심금을 청구했습니다. 그러자 매수인(제3채무자)은 "가압류 이후 A회사와 계약을 합의해제했으니 줄 돈이 없다"고 맞섰습니다.
원심은 종전 판례에 따라 매수인의 주장을 받아들였지만, 대법원은 판례를 바꾸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냈습니다(파기환송).
예전과 지금, 무엇이 달라졌나
| 구분 | 종전 판례 (98다17930 등) | 변경된 판례 (2023다275578 전원합의체) |
|---|---|---|
| 압류 후 합의해제의 효력 | 원칙적으로 압류채권자에게 대항 가능 | 원칙적으로 압류채권자에게 대항 불가 |
| 예외 | 채권 소멸만을 목적으로 한 합리적 이유 없는 합의해제 등 특별한 경우에만 대항 불가 | 별도 해제사유가 있었던 경우, 장래의 지분적 채권, 현저히 부당한 특별사정이 있으면 대항 가능 |
| 증명책임 | 사실상 압류채권자가 부당성을 다퉈야 함 | 예외 사유는 합의해제를 주장하는 쪽(제3채무자 등)이 증명 |
예전에는 압류채권자가 "채권 소멸만을 노린 합의해제"라는 점을 다퉈야 했는데, 실제로 이를 입증하기는 매우 어려웠습니다. 이제는 원칙과 예외가 뒤집혀, 압류채권자의 지위가 훨씬 단단해졌습니다.
대법원이 판례를 바꾼 이유
- 압류의 처분금지효: 압류가 되면 채무자는 그 채권을 없애거나 줄이는 처분을 해도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(민사집행법 제227조). 가압류도 마찬가지로 처분금지 효력이 인정됩니다(민사집행법 제291조, 제296조 제3항 관련 판례).
- 합의해제는 "새로운 계약": 법정해제·약정해제는 압류 전부터 계약에 들어 있던 해제권을 행사하는 것이지만, 합의해제는 압류 이후 당사자들이 새로 맺는 계약입니다. 압류명령을 송달받은 당사자들이 그 효력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합의로 볼 수 있습니다.
- 다른 판례와의 균형: 채권자대위권 행사 통지 후의 합의해제(민법 제405조 제2항), 압류 후의 계약인수 등에서도 대법원은 이미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보아 왔습니다.
- 위험 배분: 압류채권자는 합의해제 사실을 알기 어렵고, 이를 믿고 추심 절차에 시간과 비용을 들입니다. 합의해제로 인한 위험은 이를 만든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입니다.
예외: 합의해제로 대항할 수 있는 경우
| 예외 | 내용 | 예시 |
|---|---|---|
| ① 별도 해제사유가 이미 있던 경우 | 법정해제·약정해제·해제조건·취소 사유 등을 갖추었는데 형식만 합의해제로 한 경우 | 채무자의 계약 위반으로 해제권이 이미 생긴 상태에서 합의로 정리한 경우 |
| ② 계속적 계약의 장래 채권 | 압류 범위에 장래의 급여·차임 등이 포함된 경우, 합의해지 이후 발생할 부분 | 임대차를 합의해지하면 그 이후의 차임 채권은 생기지 않음 |
| ③ 현저히 부당한 특별사정 | 계약 내용, 압류된 채권의 비중, 합의해제 경위 등에 비추어 대항력을 부정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 | 압류된 채권이 전체 계약에서 극히 경미한 부수적 채권인 경우 |
주의할 점은, ②의 경우에도 압류 당시 이미 발생한 급여·차임에는 압류의 효력이 그대로 미친다는 것입니다.
실무 대응: 채권자라면
- 제3채무자가 "계약이 합의해제되어 줄 돈이 없다"고 해도 바로 포기할 필요가 없습니다. 합의해제가 압류(가압류) 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된 이후인지 먼저 확인하세요. 압류의 효력은 송달 시점에 생깁니다.
- 압류 후 합의해제라면 원칙적으로 추심금 청구가 가능합니다. 상대방이 예외 사유를 주장하면 그 증명은 상대방이 해야 합니다.
- 압류신청 시 제3채무자 진술최고(민사집행법 제237조)를 함께 신청해 두면, 채권 존재 여부와 다른 압류 여부를 미리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.
실무 대응: 제3채무자라면
- 압류·가압류 결정을 송달받은 뒤에는 채무자와 합의해제만으로 정리하면 안전하지 않습니다.
- 계약을 끝내야 할 사정이 있다면, 계약서상 해제 사유나 법정 해제 사유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그 근거를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.
- 지급할 돈이 있다면 공탁(민사집행법 제248조)으로 지급 의무를 면할 수 있고, 가압류 단계라면 채무자가 가압류해방금을 공탁해 가압류 집행을 취소하게 하는 방법(민사집행법 제282조, 제299조)도 있습니다.
- 합의해제를 했는데도 압류채권자에게 지급하게 되었다면, 채무자에게 그 금액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. 다만 채무자가 돈이 없으면 그 위험은 제3채무자가 부담합니다.
자주 묻는 질문
Q. 가압류만 해 두고 아직 본압류를 하지 않았는데, 그 사이에 합의해제되면 어떻게 되나요?
대법원은 가압류의 효력이 생긴 뒤 본압류로 이전하기 전에 합의해제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. 이후 판결 등 집행권원을 받아 본압류로 이전하면 추심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.
Q. 월급이나 임대료를 압류했는데 고용계약·임대차계약이 합의로 끝났다면요?
압류 당시 이미 발생한 급여·차임에는 압류의 효력이 미칩니다. 그러나 합의해지 이후 새로 발생할 부분은 계약이 끝나 생기지 않으므로, 그 부분까지 청구하기는 어렵습니다.
Q. 계약을 법정해제(채무불이행 해제)한 경우도 같은가요?
아닙니다. 법정해제나 계약서에 정한 약정해제는 압류 전부터 계약에 들어 있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어서, 압류 후에도 이를 근거로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. 이번 판결은 당사자 합의로 하는 해제에 관한 것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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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원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·수원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을 지냈고, 현재 수원지방검찰청 형사조정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태원 법무사가 2008년부터 직접 상담합니다.
